내마음의 편린들

바라보기

eunbee~ 2011. 6. 8. 16:24

 

 

저녁 산책길

노을이 고왔다.

남의집 담장에 기대앉아

'바라보기' 삼매.

煙霞癖 중증환자인 나에겐 얼마나 고운 노을인가.

 

때로는 그냥..

아무 이유없이 그냥..

바라보기만 하는 일

그것은

눈 뜨고 꿈 꾸기.

 

노을 속에서 번개는 섬광을 긋고,

노을 비낀 하늘엔 날렵하게 생긴 바다제비들이 날고 있다.

바다제비~

그럴리 없건만, 나는 그 새들을 그렇게 불렀다.

아무려면 어때.

이름은 이름일 뿐, 말은 말 뿐인 것을.

 

고운 노을도 잠시

먹구름이 낮게 드리우더니

바다제비들은 어디론가 가버리고

온 하늘에 쉴새없이 섬광만 번뜩인다.

비가 오려나 보다.

 

비가 와 주려나 보다.

 

집으로 돌아와, 창문을 활짝 열어두고

은비랑 창가 침대에 앉아, 다시... 번뜩이는 섬광을 본다.

소나기가 한소끔 쏟아지더니

풀냄새 나무냄새가 몰려 온다.

 

"이 냄새는 친할아버지 집에서 나는 냄새야."

은비는 이담~에,

"번개가 치고 구름소리(천둥소리를 은비는 그렇게 말한다)가 나면 외할머니 생각이 나."

이렇게 이야기 할테지.

 

이 생각 또한

'먼 바라보기'이구나. 에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