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Défense 1
집을 나섰다.
특별한 계획이 없는 때는, 메트로에 앉아 갈 곳을 정한다.
날씨가 화창하니 뱅셍느숲에서 호숫가를 산책하기로 마음 정했다.
메트로에 앉아서 노선도를 바라본다.
마음이 슬슬 바뀐다. 그래, 반대방향으로 가자. 라데팡스La Défense~
그곳을 첫 방문한 후 이제껏 발걸음을 안했으니....벌써 10 여년이 흘렀구나.
어떻게 변했을까. 파리면서도 쉬이 발걸음이 가지않는 라데팡스.
내큰딸은 파리생활 초기에 너무 답답해서 라데팡스엘 갔더니, 속이 확 뚫리는 듯하여 시원하더라고...ㅋㅋ
200년 묵은 낡은 건물이 빼곡한 거리와 낡은 돌집 숲에 둘러싸여 지내다가 현대식 건물이 쭉쭉빵빵 치솟은 라데팡스는
마치 서울같은 기분이 들면서 속이 시원하더라고....ㅋㅋ
라데팡스에 대한 내 기억은 허허롭고 널찍하고 깔끔한 빌딩들과 거대한 그랑드 아르슈의 위용만으로 채워져있다.
그래, 다시 한 번 가서 지금의 느낌은 어떤가 확인하고 싶구나.
한 변이 110m로 된 거대한 정육면체 아치. Grande Arche~.
덴마크 건축가 스프레켈센 작품.
프랑스혁명 200주년이 되는 해,1989년 7월 14일 건축완공 오픈.
루브르의 피라미드- 카루젤 개선문- 콩코흐드의 오벨리스크- 샹젤리제 거리- 에뚜알 개선문 -그랑드 아르슈는 일직선상에 놓여졌다.
세자르의 '엄지손가락', 높이 12m. 무게 18톤.
처음 봤을 때에도 신기할 것이 없었다. 서울 올림픽 공원에서 우린 이미 88년도 부터 봐왔으니까...
그래서 이번에도 가까이 가서 찍지 않고 이렇게 멀리서.^^
10년 세월 동안 그랑드 아르슈 앞의 넓고 시원했던 광장이 많이 변했다.
오밀조밀 복잡해졌다고나 할까. 아무튼 탁 트였던 시원함이 사라졌다.
그러나 하얀 대리석의 계단에 대한 인상은 여전하다.
딱딱하고 우직스럽게 서 있는 그랑드 아르슈 건물이 주는 경직됨을 해결해 주는 해결사는 바로 계단들이다.
뽀얀 대리석의 부드러운 느낌과 수많은 층이 이루어내는 경쾌한 리듬감으로 일렁이는 계단들은
정육면체의 거대한 무게감을 한 방에 날려 주고 있다.
더구나 아치 한가운데에 천막처럼 장치된(케이블 돔) 저 효과는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내가 처음 이곳에 와서, 천막같은 지붕을 보고, 어느곳을 연상했을까?
그렇지~ 경춘가도를 달리다보면 만나는 강촌 휴게소!!! ㅎㅎ~ 각설하고,
지금부터는 각자 그냥 감상하기 ^^.
라데팡스의 건물 숲을 바라보거나 거닐고 있노라면,
거대한 오케스트라의 장엄한 연주를 감상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가슴 속으로~ 내 정신 속으로~ 마구마구 몰려 온다.
파리를 여행하는 사람은,
파리의 낡고 좁고 오래된 골목길을 돌아 돌아~
센느강의 물결을 바라 보다 보다~ 지치면,
그 때!! 바로 그때, 라데팡스를 찾아 오기를...
가슴이 뻥 뚫리는 광시곡 한 곡을 들을 수 있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