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여주는 여자
잠결에 귓가에 들려오는 소리, 쩝~쩝~
침대 아래를 더듬어 본다.
보드라운 촉감이 느껴진다. 역시~ 까비였구나.
어느날엔 다리위에 묵직한 무게감을 느껴 잠에서 깬다.
까비가 살금살금 내 다리를 밟고 얼굴 가까이로 오고 있는 중.
모르는 척하고 있으면, 얼굴에 코를 갖다대고, 짭~짭~ 입맛을 다신다.
어차피 잠은 달아났으니 더 누워있어본들 무엇하랴. 침대에서 일어난다.
캄캄한 칠흑속에서 까비를 안고, 거실로 나온다.
손을 씻고 몸매무새를 정리하는 동안 까비는 엄마를 기다리는 애기처럼 동그마니 앉아서
얌전히 날 기다린다.
마른 내 목을 축이기도 전에, 언제나 냉장고에서 참치캔을 꺼내
까비에게 먼저 밥을 먹인다. 젓가락으로 참치를 집어서 먹이는 일은
이젠 도사들이 되었다. 먹여주는 사람이나 받아 먹는 고양이나....ㅋㅋ
고양이는 먹이를 입에 물고 잠깐동안 빠르게 머리를 흔들어 댈때가 있다.
그 때 바닥으로 떨어진 먹이를 고개 숙이고 주워먹는 모습이 난 싫다.
마음이 짠해져 오는 것이, 먹고 살려고 저렇게 바닥에 떨어진 것도 고개 숙여 주워먹나...하는 마음에
되도록이면 까비가 고개를 흔들어도 바닥에 떨어지지 않도록 밥그릇을 턱밑에 잘 받혀들고 먹인다.
먹다가 조그마한 소리에도 쫑긋! 먹는 일을 멈추고, 가만히 귀를 기우린다.
마치 어린애기들이 엄마가 밥먹일 때, 무슨 기척이 나면 먹던 일을 멈추고 두리번 거리는 것처럼...
까비에게 밥을 먹이면서, 많은 기억들을 떠올린다.
큰딸 작은딸 연년생으로 키울 때, 밥을 먹이는 일은 참으로 어렵고 인내를 요하는 일이었다.
그때와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에, 까비에게 밥을 먹이는 동안은, 내가 우리애들을 키우던 때를
떠올리게 되어, 소중하고 행복하고... 이제는 돌아올 수 없는 지난날의 행복했던 기억에 젖는 시간이다.
까비는 나를 자기 엄마로 생각하나 보다.
잠시도 내곁을 떠나지 않는다.
졸졸졸 따라다녀서, 아예 이집에서는 고양이가 아니라 개로 취급받는다.ㅎㅎ
내가 책을 읽으면 옆에 와 앉아있거나, 편안히 잠을 잔다.
내가 컴퓨터 앞에 앉아있으면, 얼마나 오래 앉아서 자기를 바라봐 주지 않을지를 까비는 안다.
그래서 앞발을 올려 내게 매달려 칭얼대거나, 책상위로 올라와 컴퓨터앞에 앉아서 시위를 벌인다.
그것도 통하지 않으면 멀찌감치 앉아서 야웅 야웅~ 슬픈 소리로 말을 걸어 온다.
"할머니~ 나 심심해. 쓰다듬어주고, 숨바꼭질도 하자~ 응?" 하는 말임에 틀림없다.
누군가가 오두마니 앉아 반짝이는 눈으로 자기를 오래도록 바라보고 앉아 있는 시선을 느껴 본 일이 있는가?
까비의 그러한 시선은 짜릿한 전율이 오는, 행복한 교감이다.
매일 졸졸 따라다니며 칭얼대고 비벼대지만, 눈치가 빨라 말도 잘 듣는다.
책상위로 살곰살곰 올라오는 것을 쉿~소리를 내며 안돼 안돼 손사래를 치면
포기하고 자기 자리로 가서 체념한 모습으로 등돌리고 앉았거나 잠을 잔다.
내 책상 옆 라디에터 옆에는 자기 잠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내가 침대에 누워 잘 준비를 할 때엔 자기 잠자리에서 잠잘 생각을 않는다.
침대옆에 의자를 끌어다 두고, 그 위에 까비를 앉혀두면, '할머니도 자려나보다. 나도 여기서 자야지'하면서
밤새 내침대 옆 의자방석에 묻혀 새근새근 잠든다.
항상 나를 따라다니는 까비를 보며, 은비는' 따라다니는 모습만 봐도 귀찮다'고 말한다.ㅋㅋ
은비는 까비를 귀찮아 하기 때문에, 자기가 까비랑 놀고 싶을 때만 곁을 준다.
은비의 사랑법과 나의 사랑법은 다르다. 나는 그것을 세월 탓이라고 생각한다. 은비도 늙어지면 알게 되리라.ㅎㅎ
은비엄마도, 고양이란 있는 듯 없는 듯한 것이 좋아서 기르는데, 까비는 왜 저렇게 엄마를 따라다녀? 하면서
'엄마때문에 까비가 개로 변했어.' 라고 푸념을 한다.ㅎㅎ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나를 졸졸 따라다니는 까비라서 더 좋다.
목욕탕으로 가면, 이미 자기털을 빗겨줄 것을 알고, 쪼르르 즐겁게 앞장선다.
까비는 털을 빗겨주는 걸 세상에서 제일 행복해한다. 가르르르 가르르르~ 소리내며
엉덩이를 실룩실룩 요염하게 흔들고, 꼬리를 바짝 세우며, 때로는 이리저리 뒹구는 모습은
요염함의 극치이다. 고양이의 행동을 잘 보면, 그렇게 관능적인 움직임일 수가 없다.
까비가 살랑살랑 실룩실룩 꼼틀꼼틀 움직이는 모습을 보노라면 내 마음이 간질간질 해진다. 하하핫.
까비는 먹이를 제밥그릇에 담아 놓아도 먹을 생각을 아예 하지 않는다.
동그마니 앉아서 나를 빤히 바라본다.
먹여 줄것을 아니까... 아니, 아무리 바빠도 자기에게 밥을 먹여 달라고...ㅋㅋ
오늘도 내일도....까비랑 함께 있는 날엔, 언제나 나는 사랑스런 그녀에게
밥 먹여주는 여자로 살련다.
"할머니~ 이동네에서 까비가 제일 예뻐야하는데, 할머니 때문에 뚱뚱해지면 안돼~"
은비의 말을 무시하는 유일한 한가지. 까비가 오동통한 몸매가 되거나 말거나 밥 먹이는 일.ㅋㅋ
까비에게 밥 먹여주는 일은 내 행복이니까. *^___^*
*** 사진은 모두 은비 작품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