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그리고 내나무^*^
가족들이 학교로 일터로 모두 나간 후에
나도 파리로, 쏘공원으로, 안토니의 구석구석으로 발길을 옮겨 놓습니다.
이리저리..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며
오라는 데는 없어도 갈 곳은 많은 내가
길가다 만난 기도하는 소녀상에도 마음을 빼앗기고...
시골 기차역보다 더 작은 베르니의 작은 메트로역 앞에서
가을이 내려와 앉은 나무들을 눈으로 어루만지며
노랑꽃이 폈구나~ 하며 한숨을 쉽니다.
Sceaux공원으로 발길은 자연스레....
눈이 가물거리는 넓고 넓은 잔디를 밟으며 내나무 곁으로 다가갑니다.
내나무 친구나무 아래에서 먹이를 쪼아대던 비둘기들이
내 발소리에 화들짝 놀라, 날아 오릅니다.
멀리서 내나무를 담았습니다.
오른 쪽 나무가 내나무랍니다. 그냥 내가 저나무 아래 앉아 있을 때에만 '내나무'이지요.
세상에 내것이란 것이 어디 있던가요.
그냥 잠시 내곁에 머물다 가는 것이지요.
내나무는 비스듬히 기울고 있습니다. 세월이 무거운 것인지
해가 그리운 것인지...
그는 나에게 말해 주지 않습니다.
나도 묻지 않습니다.
내나무랑 나는 항상 서로 바라보는 것으로 서로를 알아차립니다.
내나무 아래에 앉으면, 습관적으로 '성문 앞 우물곁에 서 있는 보리수~'를 서너번 뽑아 올립니다.
나무에 기대앉아 먼 하늘을 바라보면 저절로 나오는 노래랍니다.
책을 읽거나 상념에 젖기 전에 숨고르기 운동처럼 그렇게 합니다.
저지난주 토요일에 큰따님이 쏘공원을 함께 거닐자며,
"엄마 나무에 가 보자"라고 해서, 큰따님에게 내나무를 소개했습니다.
이 등걸에 앉아 책을 읽고, 생각에 잠기고, 기도를 하고... 엉덩이가 편안하도록 움푹파인 이 자리가
내게는 안성마춤이지요. 나무에 등을 기대면 각도도 딱 떨어지게 알맞습니다.ㅎㅎㅎ
이 또한 축복 아닌가요?
내나무 앞에 서 있는 친구나무입니다.
나무아래 앉아 사방을 둘러보면, 아득히 멀게 느껴지는 360도의 원을 이룬 잔디밭과
잔디밭 끝에 서 있는 나무들이 그리움처럼 먼 곳에 있어 좋습니다.
그래서 '생각하기'에 좋은 거리 쯤에 있는 나무들이 고맙답니다.
반경 100 미터 이상 되는 거리이니까요.
나무에 기대앉아 다리를 한껏 뻗고
사방을 둘러 봅니다.
적당한 거리는, 적당한 사유의 공간을 이루는 조건을 충족시켜 줍니다.
어쩜 이리 알맞을 수가...
내나무 아래에 앉은 채, 멀리 아래로 보이는
운하의 잔잔한 물을 zoom in으로 담아 봤습니다. 한 껏 당겨도 멀리있는 운하.ㅎㅎ
이 사진들을 찍은 날은 시월 초순, 안토니엔 비가 조금씩 내렸습니다.
운하곁에는 사람들이 늘 걷고, 뛰고, 낚시를 합니다.
여기에 앉아 있으면, 그들도 멀리 있어 좋습니다.
오른쪽 숲에서 파랑새가 날아 오릅니다.
이곳에 앉아있으면, 파랑새들이 오른쪽 숲에서 왼쪽나무 숲으로 날아가는 것을 자주 봅니다.
앵무새를 닮은 파랑새를 나는 얼마나 반가워라 하는지...
달려나가 말 걸고 싶은 새랍니다.
"그곳엔 파랑새가 있다" 이런 제목으로 포스팅을 할까?라는 생각까지 했었답니다.ㅋㅋ
이제 내나무에서 일어나
운하쪽으로 내려왔습니다. 운하쪽에서 내나무가 있는 낮은 언덕을 바라보면
저 나무가 동구밖 느티나무처럼 서 있지요.
나는 때때로 저 나무에 마음의 노랑리본을 달아 둡니다.
내겐, 노랑리본을 매달아 두고, 반기고 싶은 사람이 많거든요.
항상 기다리지만...그들은 아직 오지않습니다.
그래서 쓸쓸한 날이 많답니다.
나는 죽으면
나무가 되고 파요. ^*^ 나무가 될래요.
죽기 전에
마음맞는 친구랑 비오는 날, 함께 우산쓰고 이 공원을 원없이 걷고 싶어요.
그래서 나는...
함께 걷고 있는 노년의 인생을 자꾸만 찍어대는지도 몰라요.
친구를 기다리는 것보다
나무를 곁에 두는 일이 훨씬 좋은 일이라고 늘 생각하면서...도...
이렇게 나무들은
내가 찾아가면, 언제나 거기에서 나를 반겨줍니다.
온 세상 나무들이 모두 '내나무'가 되어...
덤불숲을 헤매다가
덤불의 씨앗이 내옷에 달라붙어
떼어내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나무들은 떠나는 나를 그냥 보내 주건만...^*^
미련未練은 미련함이란 걸,
일찌감치 깨달을 수 있어야 살기가 편한 세상이 됩니다.
내나무도, 나도, 그것을 벌써 알아챘다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