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편린들

'다리로 하는 생각'

eunbee~ 2010. 4. 8. 18:47

 

파리엔 바람이 쉴새없이 불어댑니다.

어제도 그제도....오늘도 바람속에서 봄내음과 봄빛깔들이 흩어지고 있습니다.

걷기를 먹는 것만큼이나 좋아하는 나는

매일 여기저기 걷습니다.

동네한바퀴가 아니라 온 동네를 두 차례 세 차례... 틈만 나면 떠돕니다.

내가 바람이 되어 떠돌고 있다는 생각까지 들지요.

 

며칠 전, 짧은이야기님 블로그 답글에서 '다리로 하는 생각'이라는 멋진 문장을 보았습니다.

하염없이 걷는 내가 이제는 '산책'이란 말 대신에 '다리로 하는 생각'이란 말을 사용해보기로 했답니다. ㅎㅎ

말 그대로 끊임없는 상념과 몽상과 기도와 생각으로 가득찬 내 산책이니까요.

아리스토렐레스의 소요逍遙와  칸트의 산책철학이 부러울 것 없습니다.

걷기로 말하면 그네들 못지않게 걷고 있지요. 다만 철학이 아주 마아아아아아니 딸리지만, ㅋㅋㅋ

그래도 내나름의 내철학속에서 내 인생의 틀속에 자리잡은 '생각'들은 이제 '나만의 철학'으로 자리매김 되었습니다. 

 

인생을 이만큼 살아지면 각자 자기의 철학이 있게 마련이지요.

개똥철학이 되었든, 보편성있는 지혜의 철학이 되었든 자기를 지탱하고 관리하고 버팀이 되는

그 만의 사는 방법, 생각하는 각도/시각/, 분별하는 척도 등등이 이루는 철학이지요.

나의 그것중 가장 뚜렷한 기둥은 '순리'입니다.

'순리'대로 살고, 그 순리에 따라 순하게 사는 것.

 

시간은 그냥 축적되어지는 것이 아니랍니다.

탄생 후 60년 째의 해를 회갑이라하여 한바퀴 순환하여 다시 온 것으로 해석하고 기념하였던 것은

그 나이를 살아본 사람은 거기에 숨은 뜻을 헤아렸을 것입니다.

한 분야에서 10년을 종사하면 도가 트인다는 말들을 흔히 하지요.

더구나 60년을 세상살이에 나앉아 부대끼고 나부끼고 흔들리고 좌충우돌 사노라면

그 누구인들 나름의 도를 터득치 않겠어요.

온실속의 화초처럼 살아온 사람 조차도 그만의 '눈'과 '귀'와 '생각'이 새겨졌을 세월이지요.

 

 

오늘도 '다리로 하는 생각'들을 즐기러 이곳저곳을 떠돌아 봅니다.

푸르름이 싱그러운 요즈음은 답청踏靑의 시간들이 마냥 행복합니다.

 

때로는 꽃잎되어

때로는 실비되어

더러는 햇살되어

더러는 푸른들녘에 붙박이로 앉은 작은꽃 영혼이되어

바람속을 떠돕니다.

 

파리는 어제도 그제도....오늘도 바람이 불고,

나는 바람속을 하염없이 걷습니다.

생각을 한가득 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