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편린들
호밀밭을 생각하며 운하를 거닐다.
eunbee~
2010. 2. 2. 06:42
쏘공원을 한참 동안 거닐었습니다.
오후 네 시의 비낀 햇살은 곱고 순했습니다.
운하를 둘러싸고 길게 하늘로 오르는 미류나무들이
물속에 모두 잠겼습니다. 물속 세상 나무들이 나와함께 걷습니다.
사흘 전에 이세상을 떠나신, 제롬 데이빗 샐린저 할아버지도
물그림자 나무 꼭대기를 걷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살아 생전,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사람중 한 분이던 은둔자.
'호밀밭의 파수꾼'
모처럼만에 하늘이 푸르고 구름이 아름다운 날 운하옆을 거닐며
하늘로 가 버린 제롬을 만나고 있습니다.
왜 이 시각 이 장소에서 나는
제롬 데이빗 샐린저의 죽음을 애도하는 걸까요.
햇살이 너무 고와도
하늘이 너무 파래도
구름이 너무 아름다워도
떠난 사람이 슬퍼집니다.
물속엔 하늘이 잠겨 또 다른 세계가 그속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한참을 들여다보니, 어질어질 현기증이 나며
물속 세상에 빠질 것만 같습니다.
숲속 나무사이로 하늘을 올려다봐도 마찬가지,
어질어질 현기증나며 빨려 올라갈 것 같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제롬 데이빗 샐린저 할아버지~
겨울 햇살을 지키는 파수꾼으로 거기 그렇게 머물러 주세요.
겨울날, 햇살은 세상을 비껴갑니다.
우리네 인생이 하많은 사연을 두고 에둘러 가듯이...
그래서 2월 첫날 오후 다섯시의 햇살도 역시 곱고 순했습니다.
그러한 날 우리는,
또 한사람의 소중한 친구를
보냈습니다.
호밀밭의 파수꾼을...
오늘은 2월 1일. 날씨가 무척 맑았습니다.
오후 두시간을 흰고니가 노니는 운하를 걸었습니다.
멋진 산책이었습니다.
쏘공원은 보물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