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우리 만남은...

eunbee~ 2008. 6. 30. 04:46

[저는 잠시 후 공항으로 갑니다.

오랜만에 외국 출장을 가는 거지요.

이번엔 출장이 좀 길어서

보름 조금 넘는 일정이 될 것 같아요.

 

어디로 가냐구요?

'따뜻한 남쪽 나라'입니다.

(이 여름에 웬 따뜻한 남쪽 나라인지... -.-)

 

그곳이 어디인지는

도착해서 자리가 잡히는대로

새 포스트를 올리면서 알려드릴게요.^^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 신비주의... -.-)

 

새로 노트북 컴퓨터를 장만했으니,

예전 출장과 달리,

이번엔 아마 현지에서 몇 차례 이 블로그에

글과 사진을 통해 소식 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내가 매일 들어 가 보는 블로그에, 그 주인이 어제 올린 글이다.

우리는 인터넷이라는 아주 편리하고 마술적인 매체를 통해 

한번도 만난 적 없는 상대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서로의 안부를 알 수 있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위 아래 층 혹은 앞집 옆집 사람들과는 단 한번도 안부를 묻지 않고, 전하지도 않으면서

매일 매일 블로그를 열어보고, 이 블로거는 어떤 글을 올렸을까 궁금해 하면서

글을 읽고 공감하고, 감정과 정보와, 사소한 일상들을 공유?하면서 지내는 세상이다.

 

아침 저녁 무시로 대면하고 사는 이웃과는 멀고 먼 사이로 무심히 지내면서

일면식도 없는 사람과는 근황을 궁금해 하기도 하고, 또는 원하는 시간에 언제라도 들러,

써 놓은 글에 공감도 하고, 또는 비방도 하면서

넓고 넓은 세계를 몇인치의 모니터의 넓이로 축소시켜서, 한눈으로 읽고 판단하고 접속하고

인연을 맺기도, 원수를 삼기도 하면서 살고 있다.

그러한 편리한 접속/만남/은 사람들을 점점 고립되게 만든다.

혼자 있어도 전혀 심심하지 않고, 혼자 있어도 전혀 사람이 그립지 않은 세상.

앞집 아줌마 보다, 얼굴 모르는 인터넷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이 더 가깝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세상.

곰곰이 생각해 보면, 참으로 어처구니 없기도 하고, 참으로 무섭기도 한 세상을 살고 있다.

 

나 또한, 출장 간다고 써 놓은 이동진 기자가 보낼 따뜻한 남쪽 나라의 이야기를 기다리며

내일도 모레도 열심히 그의 블로그를 열고 있을 것이다.

불특정 다수에게 주는 안부를, 마치 나에게 만으로  향한 애틋한 사연인양 착각하면서,

나의 세상도 이렇게 고립무원 속에서 끊기지 않는 줄로 연결되어

이 무서운 세상을 편안하게 살고 있다.

아이러니 일까,  첨단 시대가 가져 온 또 하나의 카오스 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