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Womb

eunbee~ 2015. 12. 11. 23:39

 

Womb(움) 2010. 프랑스, 독일, 헝가리

 

감독   베네덱 플리가우프

출연   에바 그린(레베카), 맷 스미스(토미)

 

 

 

 

세상 끝에서 불어오는 듯 황량한 바람소리가

화면 가득한 안개속에서

어렴풋 들려온다.

웅웅대는 회오리바람이 휩쓸고 가버린 뒤의 적요.

오랜 어둠속에서 화면은 천천히 푸른빛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어느해 여름 내가 보았던 부르따뉴의 바다 쪽 멀리 전설처럼 서 있던 옛 사냥꾼의 집 같은 외딴 집,

넓고 넓은 바닷가에 오막살이 집 한 채, 그곳에서는 상상치 못할 사랑이 익어 가고 있다.

"이제 다 끝났어. 난 언제나 네게 말을 걸거야. 네가 대답하지 않아도 상관없어. ....."

모랫바람 밀려오는 바닷가 외딴집에서 먼 바다를 향해 독백하는 레베카.

"네가 떠났다고 네가 여기에 없는 것은 아니니까. 내게 필요했던 건 이런 선물인지도 몰라.

네가 내게 주고 간 마지막 선물" 부풀어 오른 배를 쓰다듬는 여인.

이런 사랑도 있다니.

 

 

아홉살 레베카는 할아버지집으로 놀러온다. 토미가 부모님과 살고 있는 바닷가 마을로.

시처럼, 그림처럼, 쓸쓸한 아름다움이 느린 화면으로 펼쳐지는 바닷가 풍경 속을 뛰노는 어린아이들.

레베카와 또래소년 토미와의 어설픈 우정은 어느새 사랑이 되고.

 

며칠 후 토쿄로 떠나게 된 레베카를 잊지못하고 기다리는 토미는

세월 흘러 12년 만에 공부를 마치고 돌아온 레베카를 만난다.

어엿한 청년과 여인이 된 둘은 어린날의 그 어설프나 애틋했던 사랑을 다시 이어 가고...

 

그러나 운명은 우연한 사고나 인연이 만들어 내는 것,

토미가 교통사고로 죽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의 유전자로 복제 아이를 낳아 기르기로 결심하는 레베카.

이런 사랑도 있을 수 있겠다. 그러나 토미가 성장해 그가 죽던 때의 나이가 되었을 때

모자로 살아온 그들에게 벌어지는 또 다른 형태의 사랑.

 

"고마워.

 

 레베카"

 

자기의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토미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떠난다.

 

영화 끄트머리

토미의 모습이 먼 바다 저 켠으로 소실점 되어 사라져 버리자

레베카의 외딴집 작은 창문엔 반*짝*  불이 켜진다.

(레베카가 영화 첫장면에서 하는 독백 후의

이야기가 이어진다는 것을 말해 주는 불빛이렷다.ㅎㅎ)

 

다시 밀려오는 모랫바람.

 

엔딩크레딧은 아래부터 읽도록

쓸쓸하고 황량함을 고조시키는 스산한 바람소리를 몰고 흘러내려 오고 있다

마치 그들의 사랑의 시간들이 썰물처럼 어느날 갑자기 빠져나가 사라져 버렸다가

다시 먼 세상끝에서 밀물이 되어 천천히 돌아 오는 듯한 은유처럼.

 

스토리보다 화면에 매료된 내 감상.

한 폭의 그림으로, 한 수의 시로, 한자락 몽환으로 펼쳐지는 정경들, 풍경들, 느리게 흐르는 scene.

파도, 모랫벌, 온통 바다, 외딴 집, 달팽이, 열 살 아홉 살 소년 소녀, 내 좋아하는 자전거 타는 아이들 모습,

그것들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화면. 느리고 조용하고 몽환스런.. 회색빛톤의 화면이 주는 아련함.

오랜만에 만난 느릿느릿~ 천천히~ 조용하게 잠겨 볼 수 있었던....^*^

 

 

'영화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게 경이로운... <YOUTH>  (0) 2016.07.14
LAVA  (0) 2016.06.26
La Famille Belier  (0) 2015.12.11
L'Appartement   (0) 2015.11.10
Basquiat  (0) 2015.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