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2. 28. 오후 고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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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함께 고향 부모님 묘소를 찾아뵈었어요.
바람부는 공원묘지의 스산한 기운이
그 많은 봉분마다에 얹혀, 쓸쓸하고 차가웁기 그지없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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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사자는 이미 마당에 와 서성이건만
여든연세 깊은병환중의 우리형부께선 마음상태가 아직입니다. 저래서 어쩔거나...
음식 그럭저럭 드시고, 배변 좋으시고, 이야기도 잘 하시면서도 어쩜 그리도 당신 컨디션상태에 민감한지.
그걸 보는 마음, 안타까움인지 슬픔인지 실망인지 아니면 그 무언지, 알길없는... 복잡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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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정성 내 언니,
덩치는 남산, 잔소리는 좁쌀영감 우리형부.
"처제, 갈 때 사과랑 만두랑 배랑 가져가" "쟤는 무거워서 안가져 간대요.
당신이 일어나서 가져다 주고 와유~" ㅎㅎ. 우리형부 혼자 화장실 가기도 힘에 부쳐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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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 3일, 환자 곁에서 많은 것을 보았다우. 참 많은 생각이 오가는...
내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창밖 햇볕 조는 들녘 보며 상상해봤어요. 내 여든살을...
"법고 은은히 두드리며 승무 한자락 추어올려 볼거나?" 아무렴, 그래야지.
만약에 저승사자 마당에 들었다면 함께 추어야지. 마음으로 법고 둥둥 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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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중 나누는 대화속에 유언을 섞어둡니다.
지난 음력설 차례상 물린다음, 내 죽은 후엔 와인한잔 혹은 커피한잔 꽃한송이 음악한가락만을
부탁한다고... 내가 어느날 여행을 떠나 돌아오지 않으면 그때 울엄마가 한줌 바람이 되었구나..하라고.
죽고 사는 것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그럴 수만 있다면 난 그렇게 떠나기를 바란다고.
늘상 훌훌 가볍게 떠나는 내 평생의 여행처럼, 호기심 가득한 마음으로 그렇게 떠나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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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사는 일, 가족들에게 기쁜 모습 보이고자함은,
내 떠난 후 그들이 기억하는 나를 밝게 새겨두기 위함이기도 하지요.
이만하면 그런대로 복되게 산 인생.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있을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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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사는 일을 생각하면서도
이 포스팅을 올릴까 말까 망설이는 일이 더 고민거리입니다그려. 웃픈 일.
내게 포스팅하는 일이 그렇게 되어지고 있답니다.
왜 그러한지.... 참 한심하기도 웃기기도 심각하기도 하지요.
때로는 어처구니없어 보이는 상황이 가장 심각한 일이기도 하답니다.
(사나흘 묵혀둔 이것을 이제야 '등록' 하네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