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BA 2012

세상에서 가장 긴 Bar, 아바나 말레콘

eunbee~ 2012. 2. 13. 19:21

 

 

아바나로 다시 돌아온 우리는 이튿날 아침부터 말레콘Malecon(제방)으로 향했습니다.

말레콘에서 짙푸른 대서양과 먼바다 끝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만나고 싶어 서둘러 나갔지요.

'세상에서 가장 긴 Bar'라는 별명이 붙은 아바나의 말레콘은 얌전한 바다 곁에서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있네요.

우리가 아바나에 도착했던 첫날의 말레콘은 거친 파도에 시달리고 있었거든요.

이날은 파도마져 조용합니다. 큰따님과 내 기분도 내려앉은 구름만큼이나 시큰둥합니다.ㅠ

 

트리니다드의 찬란한 햇살을 두고온 마음을 더욱 아쉽게 하는 것은 아바나의 찌푸린 하늘이지요.

카리브해의 찬란한 햇빛과 태양의 열기는 여행자들을 들뜨게 만들어주었고,

그 맛을 보고 온 아바나에서의 우리들은 구름낀 아바나의 날씨처럼 시큰둥했답니다.

 

 

우리일행중 다섯 커플은 '바라데로'에 가서 푸른 바다와 강한 햇빛을 더 즐기려고

여행길 방향을 바꾸었고, 나머지 세 커플만 다시 아바나로 돌아왔습니다.

프랑스 사람들의 바캉스는 '햇빛과 바다'가 최고이니까요. 그들은 트리니다드를 떠나기 싫어서

몸을 비틀더라구요.ㅋㅋ  프랑스인이 아닌 나도 그랬지만요.ㅎ 카리브해의 찬란한 태양과 바다는 최고였습니다.

그러니, 희끄무레한 아바나의 바다 앞에 서니 기분이 서리맞은 애기풀 같아졌어욤.ㅠㅠ

 

'

 

오래도록 먼 바다를 보라보며 '욜란다'를 불러보고 싶던 말레콘에 기대 서서 대양을 봅니다.

따님은 아예 세상에서 가장 긴 바에 올라앉아 상념에 잠겨있네요.

 

어제들의 이야기는 벌써 꿈결같습니다.

끝없는 사탕수수밭이... 푸르디푸른 담배잎들이... 아득한 평원 멀리 바람 속에 흔들리던 야자수들이...

꿈 속에서 만났던 것처럼 아득합니다. 참으로 이상하지요.

 

 

말레콘은 파도로부터 아바나를 보호하기 위해 해안을 따라 방파제를 쌓아 올려 놓은 제방으로

구시가지의 푼타 성(지금 유적발굴이 한창입니다) 앞에서부터 베다도와 우리호텔이 있는 미라마르 경계의

알멘다레스Almendares강 어귀까지의 약 7km의 제방입니다.

 쿠바는 대양의 파도로부터 도시를 보호하기 위해 견고한 제방시설을 잘 해두었습니다.

시엥프에고스의 제방도 길고 견고하고 깔끔할 뿐만이 아니라 산책길로 사랑을 받는 낭만적인 장소더군요.

 

 

햇빛 맑은 날에는 수영을 즐기고 다이빙 놀이를 하는 어린이들이 모여들고

 석양이 아름다운 저녁이나 밤에는 많은 사람들이 산책을 한다는데, 우리가 갔던 날들은 파도가 심하거나

구름이 낀 날이어서 산책나온 사람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마냥 쓸쓸했지요.

 

 

 

이곳에서도 유적을 발굴하고 보수하느라 바쁘더군요.

캐리비언 해적이 명성을 떨치던 옛날

이 좁은 만의 지형을 이용하여 해적과 타국의 침략으로부터 아바나를 보호했답니다.

 

 

아바나 시가지와 등대가 보이는 모로성은 해저터널로 이어져있어 쉽게 갈 수 있지요.

모로성에서 아바나를 건너다 보는 경관은 또 다른 감회를 가져옵니다.

 

 

 

도시를 방어하기 위해 설치된 대포가 말레콘 옆 성터에 놓여져 있고,

 

 

길건너 푼타성 옛터는 현재 발굴 중.

 

 

모로성 높은 곳에서 바라보면 아바나의 중심가가 아름답게 펼쳐집니다.

 

 

여행이 끝날 무렵의 말레콘 표정이고

 

 

여행이 시작되던 날의 말레콘 표정이지요.

 

이렇게 말레콘은 아바나를 보는 사람에게는 항상 만날 수밖에 없는 곳이랍니다.

아바나에 있는 동안 말레콘에서의 황혼은 볼 수 없었지만, 성난 파도가 방파제를 뛰어넘는 모습은 자주 만났습니다.

그래서 나는 말레콘을 떠올리면 흰포말로 부서지는 성난 파도가 생각납니다.

 

아바나를 떠나던 날도 말레콘을 거닐었지요.

여행의 끝을 먼 바다를 바라보는 일로 마감하는 것도 매우 인상적인 선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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