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Paul & Eze

묘지에서...

eunbee~ 2010. 1. 15. 20:40

여행을 하다보면

유명한 묘지를 작정하고 스케쥴에 넣어 방문하거나,

우연히 지나는 길에 발걸음을 옮기게도 된다.

 

생폴드벙스에는 성 안 높고 막다른 곳에 작은 묘지가 있다.

올망졸망 이어진 골목들을 지나 묘지부터 찾았다.

 

햇살이 너무도 강하게 쏟아내리는 날

묘지의 비석들을 바라보는 마음은

우울한 날씨에 만났던 묘비들에게서 느껴지는 감상과는

또 다른 묘한 기분이 된다.

 

 

샤갈의 무덤이 있다고 해서, 찾아간 묘지.

하얗게 부서지는 햇볕이 묘석과 묘비에 반사되어

더 강한 흰색광선으로 퍼지니, 시야가 하얗게 멀어 버린다.

내가 저승길에 들어선 것처럼 눈앞이 막막하다.

 

 

태양은,

나무들은,

바람은,

몇백년 전부터 그렇게 존재했건만,

삶을 마치고 누운 그들은 지금 어떻게 변해 있을까,

변하고 있다는 것을 의식치 못하는 상태는

변하지 않음과 같지않을까.

 

 

 

 

묘지밖으로 나왔다.

현실은 묘지밖에서. 정지된채 물처럼 고여

죽음, 이별, 이승...저승... 아무런 것들을 생각지않고

즐겁게 즐겁게 오늘을 살고 있다.

영원히 살아질 것처럼...

 

성밖에서

뻬땅끄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

 

 

 

나도 서성인다.

방금 보고 온 죽음들을 일상같이 뒤로 하고

내 앞에 놓여진 낯선 설레임에 들떠

눈도 맘도 현재를

서성이고 달음질치고 뛰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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